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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지니스]‘핫팩 강소기업’ 지엘의 끈질긴 22년 도전 기사입력 2018-12-27 09:38

지엘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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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붙이는 핫팩’, 2010년 국산화로 시장점유율 19% 확보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이것’ 하나만 있으면 동장군이 두렵지 않다. 겨울철 필수품이 된 ‘핫팩’이다.

핫팩은 겨울철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회용품이다. 손에 들고 다니는 형태인 ‘손난로’형이 가장 흔하지만 최근 들어 신체 부위에 붙여 몸을 따뜻하게 하는 ‘붙이는 핫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핫팩 시장을 선도하는 강소기업 지엘을 찾았다.


(사진)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지엘 공장. /김기남 기자

◆베테랑 상사맨, 국산화로 성공 가도

“풀가동 중이에요. 물량 맞추려면 빠르게 움직여야죠.”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지엘의 핫팩 생산 공장.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요즘 지엘의 생산 라인도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유통 업체 납품은 물론 이달에만 두 건의 홈쇼핑 방송이 예정돼 있다. 그야말로 핫팩의 계절이다.

지엘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던 ‘붙이는 핫팩’을 2010년 처음 국산화해 판매한 토종 기업이다. 붙이는 핫팩은 흔히 1.5~2mm 두께의 파스 타입 온열 팩을 말한다. 평균 발열 온도는 섭씨 영상 53도, 지속 시간은 12시간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지금은 시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제품이지만 처음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은 아니었다. 1980~1995년만 해도 한국 시장에는 손난로가 유일한 핫팩이었다.

당시 무역상사에서 해외사업부장으로 근무하던 김종목 지엘 대표는 사업 차 건너간 일본에서 붙이는 핫팩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일본 상점에서는 다양한 핫팩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 붙이는 핫팩이 인기였죠. 일본은 항암 (보조)요법으로 체온을 높여 신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온열 테라피’를 인정하고 있어요.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이 30% 정도 저하되고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7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큰 부작용 없이 몸 상태를 호전시켜 줄 수 있는 치료법이라는 점에서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대표는 곧바로 일본의 붙이는 핫팩 제조업체인 M사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설명하는 김 대표의 설득 끝에 M사가 수입 대행 권한을 맡겼다.

김 대표는 1996년 지엘의 전신인 한솔인터내셔날을 세우고 2011년까지 15년간 붙이는 핫팩을 일본에서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을 해 왔다.

“15년이니 현해탄을 건넌 게 90번은 넘을 거예요. 1년에 서너 차례 일본에 가 시장 현황을 조사하고 업계 인맥을 넓혀야 했죠. 일본에서는 ‘김 상(김 씨)’보다 ‘미스터 카이로(미스터 핫팩)’로 통했어요.”

승승장구였다. 김 대표는 붙이는 핫팩의 선두 주자로 시장을 개척해 나갔고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속 확대됐다.

하지만 2010년 수입 업체 측에서 시장 규모가 커진 한국에 직접 진출을 희망하면서 김 대표는 제2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가 직접 핫팩을 제조하기로 한 것이다. “시장 개척에서 점유율 확대까지 15년을 해 왔는데 도저히 빼앗길 수 없었어요. 그래서 붙이는 핫팩을 제조하기 시작했어요.”

헛된 꿈은 아니었다. 당시 국내에서 붙이는 핫팩은 전량 일본 제품을 수입·사용해 왔다. 김 대표는 단순히 제품을 가져다 파는 경쟁 유통 업체들과 달리 처음부터 국산화를 염두에 두고 수입을 시작했다. 15년간 붙이는 핫팩의 제조 기술을 익혔고 2002년 ‘하루온팩’이라는 이름으로 상표도 등록했다. 때마침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전환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 전환 신청을 하고 파주에 첫 공장을 설립했다.

하지만 상품 제조는 만만치 않았다. 붙이는 핫팩의 부자재인 부직포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핫팩의 주원료 중 철가루나 활성탄은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부직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부직포 구멍이 일정하게 뚫려 있어야 공기 투입량과 열 발생량이 일정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한국은 원재료의 기간산업이 너무 약했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원자재를 수입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다. 국내 시장점유율을 주도하던 일본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품질에서 차별화를 둬야 했다.

김 대표는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핫팩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했다.

“국내시장을 먼저 경험하면서 한국인들은 ‘더 뜨거운’ 핫팩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붙이는 핫팩을 국산화할 때 핫팩 크기를 일본의 제품보다 더 크게 만들어 1~2도 이상 더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 하루온의 크기는 135×100mm로, 일본 제품(130×95mm)보다 가로세로 5mm씩 더 크다. 하루온의 최고 온도는 섭씨 영상 65도까지 상승한다.

김 대표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지엘이 2010년 자체 생산에 나선 뒤 국내 소비되는 핫팩 2억 개 중 2018년 현재 수입 물량의 70% 정도를 지엘을 포함한 국산 제품이 대체하고 있다. 지엘의 붙이는 핫팩 시장점유율은 19% 수준으로 업계 1위다.

인천공항의 면세점에 붙이는 핫팩 중 유일하게 입점해 있고 홈쇼핑에서는 ‘국민 대표 핫팩’으로 ‘하루온’을 부른다. 지엘의 성공을 뒤따라 한국의 후속 업체들 역시 일본의 핫팩 사이즈 대신 지엘처럼 크기가 큰 핫팩을 생산하고 있다.

내년 연구소 설립…기술 강화에 초점

지엘은 하루온의 성공을 발판 삼아 붙이는 핫팩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눈 피로를 완화해 주는 ‘하루온 아이워머’를 2012년 출시해 중소기업 기술혁신 대전에서 중기청장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국내 최초로 피부에 직접 붙이는 핫팩인 ‘잠이와 온팩’을 출시하며 소비자 호응을 샀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불을 붙이지 않는 쑥뜸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엘의 성공 전략이 ‘기술’에 있다고 자신한다. 국내에서 타사보다 2~3년 앞서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시장의 선두 주자로 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장이 레드오션인 만큼 상품의 기술 개발력이 관건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내 연구·개발 부서에서 많은 특허를 냈는데 내년 1월에는 연구소를 출범해 기술 고도화에 보다 앞장설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캐나다·미국·중국·대만·러시아·프랑스 등지에 하루온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약국 체인을 가진 회사와 1차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내년 2월쯤 초도 발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7년 62억원, 2018년 83억원(예상치)이다. 2019년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poof34@hankyung.com

Mr. 핫팩’에게 듣는 재밌는 핫팩 이야기

1996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핫팩 비즈니스만 22년. 일본에서 ‘미스터 카이로(핫팩의 일본어)’로 불리던 김종목 지엘 대표는 이제 국내 핫팩 시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핫팩 전문가 김 대표에게 핫팩의 원리와 활용법에 대해 물었다.

-핫팩은 어떤 원리인가.

“핫팩의 원리는 바로 철(Fe)의 산화 발열반응이다. 핫팩의 주성분은 철가루·활성탄·소금·수분 등으로 만들어진다. 핫팩의 겉포장을 뜯고 주무르거나 흔들면 안에 있는 철가루가 산소와 만나 빨리 산화 반응을 일으키고 몇 분 내 온도가 섭씨 영상 30도에서 60도까지 올라가게 된다. 굳이 이러한 반응을 화학 반응식으로 표현하면 ‘4Fe+3O₂→2Fe₂O₃+발열’로 표현할 수 있다.”

-친환경이 중요한 화두인데, 핫팩은 어떤가.

“핫팩의 주요 성분 중 철분 약 60%, 소금 2.5%가 첨가된 소금물 약 30%, 활성탄 약 8% 정도다. 유해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 최근에는 부직포를 벗기고 놓아두면 생분해되는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저온 화상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핫팩을 피부에 직접 붙이지 말고 반드시 속옷 위에 부착해야 한다. 또 바깥에서 사용할 때는 괜찮은데 집에서 혹은 이불 밑에 보관한다거나 하면 노약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추운 겨울 날씨에는 더 ‘뜨거운’ 핫팩을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중량이 140g 이상인 대용량 핫팩은 섭씨 영상 80도 이상씩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저온 화상의 피해를 볼 수 있다. KS 규격에서 권장하는 섭씨 영상 70도 이하의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저온 화상을 방지하기 위한 지엘만의 기술력이 있나.

“핫팩의 기술력은 온도가 섭씨 영상 40도까지 5분 이내에 신속히 올라가고 평균 53도, 최고 온도 65도까지 완만하게 균일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다. 온도가 빨리 올라가 너무 뜨거운 온도를 발산하고 산모양의 그래프처럼 가파르게 쉬이 식어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검증된, 품질 좋은 원자재와 배합비율 등의 기술력이 지엘의 22년 노하우다.”

-핫팩은 어디에 붙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가.

“사람마다 다르다. 보통 허리와 아랫배에 핫팩을 붙이면 하루가 든든하다. 핫팩이 남으면 양어깨에 붙이면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목덜미는 조금만 따뜻해도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장 둔한 부위는 발바닥이다. 실제 발바닥에 붙이는 핫팩의 온도가 가장 높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는 아랫배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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